문학 이야기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김재진

청포도58 2020. 7. 21. 09:13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김재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 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번이나 세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을 더 그렇게

마음 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게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伴侶(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이렇듯 순간일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슬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빔.

텅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죄는 밤하는 같은

투명환 슬픔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작이지 않은가.

반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 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솟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