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영원에 이르는 법/복효근
청포도58
2020. 5. 29. 09:31
영원에 이르는 법/복효근
엘리베이터에 서나 미용실에서
좌우 혹은 전후로 붙어있는 거울 사이에 있을 때
거울에 비친 모습이 반대편 거울 속에 비치고
다시 그 모습이 반대편 거울 속에 비치고
그래서 끝 간데를 알 수 없이 서로가 서로를 비춰주듯
가령 그대와 내가 마주보고 있을 때
내가 눈부처로 그대 눈 속에 비치고 그대의 모습은
내 눈 속에 눈부처로 비치고
그 눈부처의 눈 속에 다시 그대가 비치고 내가 비치고
비친 그 눈부처의 눈 속에 서로가 서로를 끝 간 데 없이
비출 것을 생각하면
아예 없을지도 모를 그 소실점의 거리를 생각하면
영원에 이르는 것은 순식간이네
그 순식간을 영원으로 이어놓는 일은 아무 일도 아니네
다만 그대와 내가 마주 보고 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