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무심(無心)에 대하여/허형만

청포도58 2019. 12. 8. 20:22



무심(無心)에 대하여/허형만



무심하다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뜸금없이 사십 년간 소식을 몰랐던 대학 동창이

자기도 무심했지만 절더러 더 무심하다 했습니다

닫혀진 인연이 다시 열린다는 건 분명 전율입니다

지금 열려 있는 인연들도 언젠가는 모두 닫혀질 터이지만

세상에, 사십 년 전 그 친구

육십의 고개를 넘어와 어느 풀밭에서 쉬다가

어쩌자고 문득 제 생각이 났을까요

어쩌다가 사십 년 간 쳐둔 마음의 빗장이 열렸을까요

그 친구와 통화를 끝내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늙어간다는 것은 고독해진다는 것이리라

고독해진다는 것은 마음의 빗장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리라

날은 흐리고 왠지 서글퍼졌습니다

잊혀졋던 시간들이 일제히 튀어 오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