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라일락꽃을 보면서/박재삼

청포도58 2019. 8. 29. 20:43



라일락꽃을 보면서/박재삼


우리집 뜰에는

지금 라일락꽃이 한창이네

작년에도 그 자리에서 피었건만

금년에도 야단스레 피어

그 향기가 사방에 퍼지고 있네.


그러나

작년 꽃과 금년 꽃은

한 나무에 피었건만

분명 똑같은 아름다움은 아니네

그러고 보니

이 꽃과 나와는 잠시

시공(時空)을 같이한 것이

이 이상 고마울 것이 없고

미구(未久)에는 헤어져야 하니

오직 한번밖에 없는

절실한 반가움으로 잠시

한자리 머무는 것 뿐이네.

아, 그러고 보니

세상 일은 다

하늘에 흐르는 구름 같은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