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세족식 유감/이명옥 & 발을 씻겨준다/허형만

청포도58 2019. 5. 15. 10:55



세족식 유감/이명옥


첫 대면일 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발만 한 지체가 또 있을까 싶어

저것 좀 봐,

우쭐우쭐 일어나 첫걸음을 떼는 아기를 보면 알 수 있지

발은 손이라는 지체와 함께

그야말로 '손발'이 잘 맞아

한 세월을 보내곤 하는 것인데

유독 발만을 폄하하잖아

바로 세족식이라는 것이 그러하지


나는 오늘, 욕조에 몸을 담그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정성껏 발을 씻을 거야

그리고 진홍빛 장미색을 골라 페디큐어를 해야지

페디큐어는 세족식에 내몰린

발을 위한 보상이 아니라

발이 마련해준 가장 화려한

내 여자의 변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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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씻겨준다/허형만


밤늦게 들어와

두 발을 씻겨준다

오늘 하루

눈도 코도 입도 귀도 수고했지만,

특히 두 발의 수고는 참으로 고마워서

따듯한 물로 정성껏 씻겨준다.

오늘 하루도

동행하느라 애썼다고,

이미 날이 어두워진 지 오래니

편히 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