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겨울 안부를 전하며, 첫 이름인 연준이를 불러본다, 연준아, 안녕?

청포도58 2018. 1. 11. 21:23



사랑하는 연준아,

새해가 돌아왔고 지금은 추운 겨울이란다.

잘 지내고 있지?

얼마 전에, 연준이가 잘 있나보려고 병원에 갔던 엄마가 소식을 전해왔단다.

키도 아주 컸고  손가락 발가락도 길쭉길쭉하고 심장소리도 쿵쿵쿵쿵 신나게 뛰고 있었다고 하더라.

역시 씩씩한 연준이야.~


그동안 허니라는 태명으로 불리었던 우리 연준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우리 허니에게 좋은 이름을 붙여주려고 오랫동안 고민을 했단다.

옥편도 펴보고 인터넷도 찾아보고, 엄마아빠의 의견도 들어보고, 드디어 결정했어.


이.연.준.(오얏나무 이, 청명할 연, 준걸 준), 李曣俊

어때?? 고급스러우면서도 멋진 이름이지?


할머니식대로 풀이하자면 우리 연준이는 기운이나 세력이 왕성하면서 높고,당당하고 수려한 준걸의 사람으로 자라게 될 거라는 거야.

이제 두달 정도 지나면 우리 연준이를 만나는 날이 돌아오는구나

그동안 엄마랑 잘 지내고 있어야 한다, 알았지??









지금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단다.

갑자기 우리 연준이에게 겨울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졌어.

미리 듣는 것이니 예습이라고  생각하고 귀 기울이고 들어봐요.



 



휘~익, 휘~~이~~이~~익~~~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이예요.

이파리가 다 떨어진 나무들이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어요

새 봄에 예쁜 연두색 잎이 돋아나려면 저런 바람쯤은 견뎌야 한답니다.

씩씩한 겨울나무지요?


편백나무의 황금색잎은 떨어져서 예쁜 양탄자를 만들었네요.

달 밝은 밤에 /아기 고라니가/ 마실을 나와서 놀다갔군요.. 동그랗게 푹 파였어요

또~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야지만/ 마른 잎새를 떨구는 / 단풍나무잎들이 /부스럭 부스럭소리를 내며 이야기하고 있구요,

꽁꽁 얼어서 새빨간 얼굴이 된 예쁜 장미가 한 줌 햇살에 몸을 녹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겨울 들판은 나무와 꽃, 그리고 풀들이 한가롭게 쉬고 있어요.




멋진 턱시도를 입은 까치 두마리가 참나무 가지 위에 앉아있군요.

"햇님이 구름속으로 숨는 걸 보니 눈이 내리려나봐, 어서 집으로 가야겠어"

"..그래?? 어서 가자구".

까치들은 훨훨 날개짓을 하며 안전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정말...~~~까치가 하는 말이 맞았네요

조금 있으려니까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어요.

앙상한 줄기로 서있는 참나무에도,새파랗게 얼어있는 소나무에도 골고루 내립니다

숲 속에 예쁜 새집에도 하얀눈이 소복 소복 쌓였어요

겨울이라 추울까봐 나무에도, 새집에도 하얀 이불로 덮어주나봅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덮혔어요.

사각사각 사각사각 조심스런 발소리가 들립니다.

엄마 고라니가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있군요..아기 고라니도 살금 살금 따라옵니다.

먹이를 찾아 내려 온 고라니 가족이예요

겨울에 눈이 내리면 먹이를 찾아서 내려오곤 한답니다.



두리번 두리번 엄마 고라니가 주위를 살핍니다.

...................................

아.~~고마워라.~ 이번에도 어김없이 맛있는 먹이를 바위 위에 놓아 주셨네..~~


언덕배기 하얀집에 사는 주인장의 예쁜 마음이예요

겨울눈이 내리면 고라니의 먹이가 눈 속에 있어서 꺼내질 못한답니다. 


엄마 고라니는 낑낑대며 바위위에 먹이를 끌어 내리고 있어요

아이쿠, 바위가 얼어붙어서 자꾸 자꾸 미끄러워지네..~~ㅠ

어쩌지???..누가 좀 도와줘요..~큰 소리로 외쳤어요



앞 산의 까치 두 마리가 고라니의 다급한 음성을 들었어요

"앗, 고라니 친구네..지금 도움이 필요한가봐..어서 가보자."


단숨에 달려온 까치 두 마리는 있는 힘을 다해서 바위 위의 먹이를 끌어내렸어요.

영~~차 영~~~~차..

땀을 뻘뻘 흘리며 까치 친구들과 엄마 고라니는 먹이를 다 끌어내렸습니다.


"아.너무 고마워..친구들아.~

 친구들 덕분에 눈이 와도 먹이를 먹을 수가 있게 되었어."


"아니 뭘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걸..도움이 되었다니 우리도 기분이 좋은데"??


까치 두마리가 기분좋은 날개짓을 하며 하늘 높이 솟이오릅니다.

까치의 즐거운 노랫소리가 온 산을 울립니다.

까치가 노래를 하면  아주 좋은 일이 생긴다는데, 우리, 기대해볼까요??.~~~



오늘은 아주 먼 곳에 사는  따사로운 햇살이 겨울 들판으로 놀러왔습니다.

"어~서~와"~~.

겨울나무가 반갑게 맞이합니다.

땅 속에서 힘을 키우고 있던 뿌리들도 " 안녕"?하며 인사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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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의 주인장은 먹이를 찾아온 고라니에게 친절을 베풀었구요

까치는 고라니에게 도움을 주었어요

또 따사로운 햇살은 겨울 나무의  언 몸을 녹여주었습니다.


조용한 겨울이지만 서로서로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하며 잘지내고 있습니다.


아이쿠..고라니로부터 초대장이 날아왔네요.

새싹이 돋을 때 모든 숲 속 친구들과 언덕위의 주인장은 꼭 놀러오시라는 편지입니다.


자..봄이 오면 고라니가 숲 속의 잔치를 연다고 하니 우리 모두 놀러가기로 해요.

모두 모두 안녕...~~


눈 내리는 1월의 어느 날, 사랑하는 연준이를 생각하면서, 할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