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스크랩] 수필 개론 (隨筆槪論)

청포도58 2017. 8. 18. 22:33

*수필 개론 (隨筆槪論)

 

[1]. 수필의 본질

 

1. 수필의 정의
수필은 인생이나 자연에 대하여 느낀 바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부담 없이 산문으로 쓰는 글이다.

 

2. 수필의 어원
(1) 중국에서의 어원 : 남송시대의 홍 매(洪邁; 1123∼1202년)가 '수필(隨筆)'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썼다고 한다. 그의 저술'용재수필(容齋隨筆)'의 서문에서, 저술 제목에 '수필'이란 말은 붙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는 습성이 게을러서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였으나, 뜻하는 바를 따라 앞뒤를 가리지 않고 썼기 때문에 수필이 라고 한다."

(2) 서양에서의 어원
①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수필이라는 용어는 영어 '에세이(essay)'를 번역해서 쓴 말이라고 할 수 있다. 'essay'는 'assay'에서 비롯된 말인데, 'assay'는 '시금(試金)하다', '시험하다'등의 뜻을 가진 말이다.
또 이 'assay'는 프랑스 어'essai'에서 왔으며, 'essai'는 '계량하다','음미하다'의 뜻을 가진 라틴어 'exigere'에 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② 이러한 뜻의 '에세이'라는 용어를 실제 작품에 처음 쓴 사람은 몽테뉴다. 몽테뉴는 1580년 'Les Essais(수상록)'라는 수필집을 출판하였다. 현재 사용하는 에세이라는 용어는 몽테뉴로부터 비롯된다.

 

3. 수필의 역사
(1) 서구
① 근대 이전 : 고대에는 플라톤의 '대화',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명상록'등에서 수필 형식을 찾을 수 있으며, 본격적인 수필은 16세기에 들어와 몽테뉴의 '수상록(隨想錄 Les Essais)'에서 시작되어서 베이컨으로 이어진다.
② 근대 : 18세기에 영국의 수필가 차알스 램의 '엘리아 수필'과 해즐리트의 '탁상담화(卓上談話 : Tavle Talk)'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2) 우리 나라
① 고려 시대 : 이제현(李霽賢;1287∼1367)의'역옹패설(轢翁稗設)',이규보(李奎報;1168∼1241)의 '백운소설(白雲小說)' 중의 일부에서 수필 형식의 글을 찾을 수 있다.
② 조선 시대 : 조선 시대에는 수필 형식의 글이 문집속에 잡설(雜說), 만필(漫筆)등의 용어로 많이 쓰여졌는데, 문헌상 '수필'이란 용어가 보이는 것은 박지원(朴趾源;1737∼1805)의 <열하일기(熱河日記)>속에 '일신수필(일신수필)'이란 말이 들어 있는 것이 최초이다.

 

4. 수필의 특성
(1) 자유로운 형식 : 형식이 다양하다는 뜻이며,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수필은 무형식의 자유로운 산문이다. 이것은 수필의 특성을 말할 때에 누구나 가장 먼저 말하는 것으로, 수필은 구성상의 제약이 없이 자유롭게 쓰여지는 산문임을 뜻한다. 수필은 일기체, 서간체나 담화체로도 쓰이며, 그 밖에 갖가지 산문으로 쓰여진다. 내용면에서도 인간이나 자연에 관한 어느 것 한 가지만을 다루는 수도 있고, 여러가지를 생각나는 대로 토막토막 다루는 수도 있다. 수필 작품에 '단상(斷想)','편편상(片片想)','수상(隨想)'이란 이름을 붙이기도 하는 것은 수필 문학의 이런 특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2) 다양한 소재 : 인생이나 자연 등 소재를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다.
수필 문학은 그 소재가 대단히 광범위하다. 수필은 그 작자가 인생이나 사회, 역사, 자연 등 이 세계의 모든 것에 대해 느낀 것, 생각한 것을 무엇이나 다 그때 그때 부분적으로든 전체적으로든 자유자재로 서술하는 것이므로, 그 소재는 대단히 다양하다.

(3) 개성적 고백적인 글 : 글쓴이의 개성과 적나라한 심성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문학이다.
수필의 내용은 다분히 주관적, 주정적이고, 독백에 가까운 것이 많다. 수필의 대부분은 작자 자신의 생활이나 체험, 생각한 것이나 느낀 것을 붓 가는 대로 솔직하게 서술한 글이다. 따라서,주관적, 주정적이고 독백에 가까운 것이 많으며, 이로 인해서 수필 작품에는 작자 자신의 인생관이라든가 사상이나 감정이 잘 드러나 있다.
수필을 가리켜 '개성의 문학'이라고도 말하는 것은, 이러한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필은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아무리 그 길이가 짧더라도 내용에 있어서는 매우 심오한 것, 광범위한 것이 많다.

(4) 심미적 철학적인 글 : 흔히 글쓴이의 심미적 안목과 철학적 사색의 깊이가 드러나는 글이다.
현대에 와서는 어떤 문학 양식이든지, 그 제재에 구속을 받는 일이란 거의 없다. 삼라 만상이 다 문학의 제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재가 다른 문학 양식에서는 기법과 융합되어 함축적어어야 하지만, 수필의 제재는 생생하고 단편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더욱 광범위하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수필이라는 이름 아래 과학론, 철학론, 종교론 등을 피력할 수도 있고,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일을 고백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수필의 제재는 무한하고 다양하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모든 제재가 그 자체로 수필이 될 수는 없고, 거기에는 지은이의 투철한 통찰력, 달관에 의한 독특한 기법 그리고 문장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5) 유우머 위트 비판 의식이 요구되는 글 : 때론 글쓴이의 유우머와 위트와 비판 의식이 나타난다.
유우머, 위트, 비판 정신, 이런 것들은 다른 문학 양식에서도 나타나지만, 어떤 사건의 구성이 없는 수필에서는 특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유우머나 위트는 수필의 평면성, 건조성을 구제해 주는 요소이며, 비평 정신은 수필의 아름다운 정서에 지적 작용을 더해 주는 요소이다.

(6) 간결한 산문의 문학 : 수필은 간결한 것이 특색이며 산문으로 씌어진다.
수필은 비교적 길이가 짧은 산문이다. 근래 신문이나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수필 작품의 길이는 2백 자 원고지로 5매 정도에서 10여매 정도인 것이 많다. 산문 문학의 다른 쟝르에 속하는 작품들, 예컨데 소설 작품이 2백 자 원고지로 짧게는 몇십 매에서 길게는 몇천 매에 이르는 것을 보면, 수필은 대단히 짧게 씌여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7) 비전문성의 문학 : 생활인이면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러나, 사물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
오늘날 문학의 여러 쟝르 가운데서 수필 문학은 가장 대중적이다. 근래 신문이나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필 자굼의 예를 다시 들어 보면, 전문적인 문학인의 것보다 비전문적인 필자들의 것이 훨씬 더 많으며, 독자들 또한 어떤 특수한 분야나 계층의 사람들이 아닌 대중이다. '수필'하면 대개는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5.수필의 요건
(1) 수필은 자연 발생적이고 지속적인 관찰력을 필요로 한다.
(2) 사색과 명상의 깊이가 있어야 한다. 사색의 체계이다.
(3) 가치 감각과 느낌, 공감력을 가져야 한다.
(4) 개성의 발로이되, 겸허하고 품위 있는 개성의 반영이다.
(5) 수필은 문학성을 지녀야 한다.


[2] 수필의 내용

1. 수필의 내용
(1) 일상 생활, 자연 및 사회 현상에 관한 관찰과 생각, 느낌 등.
(2) 독자는 위의 것들에 관한 정보(지식)와 교훈, 정서를 얻는다.
(3) 수필의 내용에는 감동과 해학이 따른다.

2. 수필의 소재
(1)체험(體驗) : 생활해 가면서 특별히 겪은 일. 예) 여행, 사랑, 직업, 학업 등.
(2)관찰(觀察) : 무엇에 대하여 유심히 살핀 일이나 대상. 예)사회, 자연, 환경 등.
(3)독서(讀書) : 책을 읽고 느낀 내용이나 방법. 예) 독서론, 독후감(독서 감상문) 등.
(4)사고(思考) : 인생이나 가치관에 대하여 생각해 낸 일. 예)죽음, 인생, 종교 등.


[3] 수필의 갈래

1. 수필 문학의 분류
한 마디로 수필 문학이라고는 해도, 관점에 따라 여러가지로 세분해서 말하게 된다. 중국이나 우리 나라의 옛 한문 수필 작품에 있어 기(記), 록(錄),문(聞), 화(話)등, 앞서 말한 여러 가지 의 말이 쓰인 것도, 이를테면 수필 작품을 세분하는 하나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서구에서는 흔히 경수필(輕隨筆:informal essay 또는 miscellany)과 중수필(重隨筆:formal essay)로 구분하였다.

2. 수필의 종류

(1) 태도상의 종류
① 경수필
인포멀 에세이(informal essay),미셀러니(miscellany). 감성적, 주관적 성격을 지니되, 일정한'주제보다 사색이 주가 되 는 서정적 수필이다. 비정격 또는 비격식 수필이라고도 한다.
예) 정비석의 '들국화' 등.
② 중수필
포멀 에세이, 에세이, 지성적, 객관적성격을 지니되, 직감적, 통찰력이 주가 되는 비평적인 글로서, 논리적, 지적인 문장이다. 정격 또는 격식수필이라고도 한다.
예) 조연현의 '천재와 건강' 등.


(2) 내용상의 종류
① 사색적 수필(思索的隨筆) : 인생의 철학적 문제를 다룬 글이나 감상문 따위.
② 비평적 수필(批評的隨筆) : 작가에 관한 글이나,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작품에 대한 글쓴이의 소감을 밝힌 글.
③ 기술적 수필(記述的隨筆) : 주관을 배제하고 실제의 사실만을 기록한 글.
④ 담화 수필(譚話隨筆) : 시정(市井)의 잡다한 이야기나 글쓴이의 관념 따위를 다룬 글.
⑤ 개인적 수필(個人的隨筆) : 글쓴이 자신의 성격이나 개성, 신변 잡기 등을 다룬 글.
⑥ 연단적 수필(演壇的隨筆) : 실제의 연설 초고는 아니나, 연설적, 웅변적인 글.
⑦ 성격 소묘 수필(性格素描隨筆) : 주로 성격의 분석 묘사에 역점을 둔 글.
⑧ 사설 수필(社說隨筆) : 개인의 주관이나 의견이긴 하지만, 사회의 여론을 유도하는 내용의 글.


[4] 수필의 구성

1. 수필의 구성
(1) 3단 구성 : 서두(도입, 起)+본문(전개,敍)+결말(結)[중수필의 경우]
(2) 4단 구성 : 기(起)+승(承)+전(轉)+결(結)[중수필의 경우]
(3) 자유구성 : 자유로운 구성[경수필의 경우]

2 수필의 짜임
(1) 직렬적(直列的)인 짜임
'A→B→C →주제'와 같이 수필의 각 부분인 A,B,C 등이 인과(因果)나 시간적 순서, 공간적 순서 등의 유기적인 관계에 놓이는 짜임이다.
이 짜임의 전형은 '서두 본문 결말'로 짜이는 3단 구성인데, 가운데 부분인 '본문'은 또 몇 부분으로 분화되기도 한다.

(2) 병렬적(竝列的)인 짜임
'A+B+C →주제'와 같이 수필의 각 부분인 A,B,C 등이 서로 유기적 관계가 없이 독자적으로 존재하면서 주제에 봉사하는 짜임이다.
이 짜임은 연시조의 짜임과 같은 것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그 자리를 바꾸어 놓아도 주제에 봉사하는 기능은 마찬가지가 된다.

(3) 혼합적(混合的)인 짜임
'A→B+C→D →주제'나 'A→B+C→D→E + F→G 주제'와 같이 직렬적인 짜임과 병렬적인 짜임이 한 편의 수필에 섞여 있는 짜임이다.
이 짜임은 전체적으로는 직렬 구성이나 일부는 병렬 구성으로 된 경우와 전체적으로는 병렬 구성이면서 그 부분 하나하나는 직렬 구성으로 된 경우 등이 있다.


[5] 수필의 진술 방식

진술 방식의 면에서 보면, 수필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구분된다. 즉, 교훈적(敎訓的) 수필, 희곡적(戱曲的) 수필, 서정적(抒情的) 수필, 서사적(敍事的) 수필로 나눌 수 있다.

1. 진술 방식에 의한 수필의 종류
(1) 교훈적 수필
필자의 오랜 체험이나 깊은 사색을 바탕으로 하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은 수필.

<특징>
수필로서는 그 내용이라든가 문체가 다 같이 중후하며, 필자 자신의 인생관이라고 할 수 있는 신념과 삶의 태도 등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유의점>
수필 문학에 있어서의 교훈적인 경향은 이른바 교훈주의를 생각하게 한다. 즉, 문학 예술은 독자에게 쾌락보다는 교훈을 주려는 의도로 창작된다고 보는 일종의 공리설(功利設)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시나 소설에서처럼 수필에 있어서도 이런 교훈적인 경향에 있어서는 자칫 예술성을 소홀히 하게 되는 예가 많다.

<교훈적 수필의 예>
소(牛)의 덕성을 찬양하면서, 그것을 우리 인간들이 본받을 것을 권장한 이 광수의 '우덕송(牛德頌)'.
일제 치하라는 30년대의 암담한 시점에서 우리 나라 젊은이들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일깨우고 있는 심 훈(沈熏)의 '대한의 영웅'
나무의 덕성을 찬양하면서 인간이 그것을 배울 것을 강조한 이 양하(李敭河)의 '나무'
혼란한 사회에서 우리가 바르게 살아가는 태도를 제시한 이 희승(李熙昇)의 '지조(志操)' 등.

(2) 희곡적 수필
필자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체험한 어떤 사건을 생각나는 대로 서술하되, 그 사건의 내용 자체에 극적인 요소들이 있어서, 대화나 작품의 내용 전개가 다분히 희곡적으로 이루어지는 수필.

<특징>
사건의 전개가 소설에서처럼 유기적, 통일적인 진행을 이룬다. 그리고,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문장에 있어 극적 현제의 시제가 흔히 쓰인다. 즉, 현제 시제를 사용한다.
필자가 어떤 곤란을 겪게 될 때나 슬픈 일을 겪게 될 때,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보여 주는 점에서 각별한 흥미를 끈다.

<희곡적 수필의 예>
자신의 구두 발자국 소리가 기이했던 탓으로, 어떤 낯 모르는 여인에게 자칫 불량배로 오해받을 뻔한 수모를 당한 체험담을 쓴 계용묵(桂鎔默)의 '구두'.
낯선 산에서 길을 잃고 죽을 뻔한 조난의 체험을 쓴 이숭녕(李崇寧)의 오봉산 등산기 '너절하게 죽는구나'.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 등.

(3) 서정적 수필
일상 생활이나 자연에서 느끼고 있는 감상을 솔직하게 주정적, 주관적으로 표현하는 수필.

<특징>
문장은 흔히 서정문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서정의 내용은 정서, 즉 희(喜) 노(怒) 애(哀) 낙(樂) 애(愛) 오(惡) 욕(欲) 이라고도 설명된다.
교훈적 수필에 공리성이 강하다면, 서정적 수필에는 예술성이 강하다. 그것은 작자의 의도가 자기의 정서적 경험을 독자에게 전달해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으므로 표현에서 주로 기교에 유의하는 것과도 관련된다.

<서정적 수필의 예>
이효석의 '청포도(靑葡萄)의 사상(思想)', '화초(花草)', 이양하의 '신록 예찬(新綠禮讚)', 김진섭의 '백설부(白雪賦)', 이병기의 '백련(白蓮), '난초(蘭草)' 등.

(4) 서사적 수필
인간 세계나 자연계의 어떤 사실에 대하여 대체로 필자의 주관을 개입시키지 않고,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수필.

<특징>
그 내용이 얼마나 사실 또는 현실에 가까운 것인가, 서술이 얼마나 정확한가 하는 문제가 따르게 된다. 이런 작품을 쓰려면 평소의 날카로운 관찰, 세심한 조사, 올바른 지식이 필요하다.

<서사적 수필의 예>
유명한 작품으로 최 남선의 '백두산 근참기(白頭山覲參記)' '심춘순례(尋春巡禮)' 이 광수의 '금강산 유기(金剛山遊記)', 이 병기의 '낙화암을 찾는 길에'. 김 동인의 '대동강', 노 천명의 '묘향산 기행기' 등이 있다.
이 밖에 필자 자신의 학문에 대해 다양하게 술회하고 있는 양 주동의 '연북록(硏北錄)', 옛날의 선비들에 대해서 뛰어나게 묘사한 이 희승의 '딸깍발이'등이 서사적 수필로 분류된다.


[참고] 김광섭(金珖燮) - 「수필 문학 소고(小考)」

수필이란 글자 그대로 붓 가는 대로 쓴 글이다. 그러므로 다른 문학보다 더 개성적이고,심경적이며, 경험적이다. 우리는 위대한 수필 문학이, 그 어느 것이나 비록 객관적 사실을 다룬 것이라 하더라도, 심경에 부딪치지 않은 것을 보지 못했다. 강렬하게 짜내는 것이라기보다,자연히 유로되는 심경적인 점에 그 특징이 있다. 이 점에서 수필은 시에 가깝다.. 그러나 시 그것은 아니다.
시나 소설이나 희곡은 동일한 작자에 의해 씌어졌다 하더라도, 그 태도가 각각 서로 다르다. 시는 심령이나 감각의 전율된 상태에서 비롯되며, 소설과 희곡은 재료의 정돈과 구성에 있어서, 과학에 가까우리만큼 엄밀한 준비로 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수필은 달관과 통찰과 깊은 이해가 인격화된 평정한 심경을 바탕으로 한다. 무심히 생활 주위의 대상에, 혹은 회고와 추억에 부딪쳐 스스로 붓을 잡을 때, 수필은 제작되는 것이다. 제작이라고 하나, 의식적 동기에서가 아니요, 결과적 현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수필은 논리적 의도에서 제작된 일은 없다. 수필은 써 보려는 데서 시작되어 자연스럽게 씌어진 글이다.
시나, 소설이나, 희곡은 글을 써 보고자 하는 한가로운 마음으로 씌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가에 의해 의식적으로 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수필은 한가로운 심경에서의 시필(試筆)쯤에 그치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필은 수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가 운율적, 정서적이요, 희곡이 조직적, 활동적이라면, 수필은 진실한 태도에서 인생을 관조하는 격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의 형식에서 보면, 수필에는 시나 소설이나 희곡에서 보는 바와 같은 어떤 완성된 형식이 없다. 단편 소설을 제작하려면 우리는 적어도 에드거 앨런 포나 안톤 체흡이나 혹은 모파상에게 잠시라도 사숙하여야 하겠고, 시나 희곡을 지으려면 괴테나 셰익스피어나 혹은 입센등을 통해 그 완성된 형식을 한번 살펴볼 아량쯤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수필에 있어서 그 형식을 구하거나 참고하려고 찰스 램이나 해즐리트를 찾을 필요성까지는 없을 것같다.
가장 아름다운 수필을 찾아 우리의 문학적 욕구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점은 찬(讚)하여 마지아니할 바이나, 그 형식의 섭취에 구속될 바는 없는 것이다. 아무것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평정한 마음으로 마치 먼 곳의 그리운 동무에게 심정을 말하듯이 붓을 잡아야 한다.
한가로운 기분을 지니면서도 진실된 마음으로 한 편의 문장을 쓸 때,그것은 곧 수필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수필은 무형식이 그 형식적 특징이다. 이것은 수필의 운명이요, 또한 성격이다.
한 시대나 한 세기의 시, 소설, 희곡은 내용이나 형식으로 보아, 개괄적으로 몇 가지의 주류로 나누어 논할 수 있다. 그것은 이들 문학 형태가 모두 시대 사조나 사회 의식에 연결되어 발전, 쇠퇴하는 특징을 가진 까닭이다. 하지만 수필은 생활 단면에 부딪쳐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렇게 커다란 조류를 따르지 않는다. 가을 밤 무심히 잡은 펜으로 가지가지의 아름다운 서정을 느끼는 대로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사소하나마 매력 있는 제목을 붙잡고 시종이 없을 드한 기분으로 표현, 향락할 수도 있겠고, 야시의 풍경에서도 흥미진진한 글 한 구절은 쓸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수필은 참고서를 구하거나 지식의 정돈을 요할 바는 아니지만, 어딘가 탁마된 세련과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수필은 잡다한 모든 것이 그냥 그대로 내용이 될 수 있다 하더라도, 단순한 기록에 그쳐서는 우리의 흥미를 긴장시키지 못할 것이다. 거기에는 유머가 있어야 하겠고, 위트가 있어야 한다. 전자는 무의식적 소성에서 피는 꽃 같은 미소요, 후자는 지혜와 총명의 샘과 같다. 이천성스런 유머와 보석 같은 위트는 수필의 본성과도 같은 것이다. 만일 이러한 속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수필은 그저 무미 건조한 생활적, 심경적 기록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유머와 위트가 수필의 속성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소설이나 희곡에서도 솜씨 좋게 짜여서 섬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위대한 문학으로서의 수필에는 유머와 위트가 수필의 속성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소설이나 희곡에서도 솜씨 좋게 짜여서 섬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위대한 문학으로서의 수필에는 유머와 위트가 혼연히 숨어 있어서, 더욱 우리를 매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든 문학과 예술은 결국 사람에게서 생겨서 사람에게로 돌아간다. 소설이나 희곡이라는 이름에 사로잡혀서, 그것이 수필보다 우월하며 향상성이 많다거나, 혹은 수필이라는 산만하여 보이는 어의에서 오는 선입견때문에, 그것이 발전성이 적다고 하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어떤 사회이건 그것이 인간의 사회요 인간으로 구성되는 이상, 수필은 전인격적 표현의 문학으로 어느 사회에나 존재할 것이다. 수필은 개성적 심경과 기분에 싸여서, 어떠한 대상이나 또는 문제를 간단하게 단편적으로 그리면서도, 진지하게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다. 그 내용이 정치 경제로 향하든지 사회 문제나 생활 개선으로 향하든지, 그것은 평론의 논리성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러면서도 평론이 가질 수 없는 깊은 영역을 포괄한다. 그리고 수필은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완성을 기다리지 않으면서도, 저절로 그 자체로서의 완결된 형태를 지닐 수 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모든 문학의 출발점이 인간에 있다면, 자연스럽게 인간성을 드러낼 수 있는 문학 형식은 수필을 두고 달리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수필의 맛은, 어떠한 시간에 어떠한 문제나 어떠한 대상에 작자의 기분이 부딪쳐서 표현되는 인간미에 있다. 인간의 생활이란, 요컨대 수필의 심경에서 성숙된다. 다시 말하면, 생활은 시와 산문의 조화를 통해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문학으로 볼 때 곧 수필이 된다. 그러므로 수필의 성격은 인간의 성격이라 하면 가장 타당하다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제23번 A장조 K. 488           


      



Mozart Concerto for Piano no 23 in A major K 488 1. Allegro 10:14 2. Adagio 6:09 3. Allegro assai 7:54 1786년 사순절 예약 연주회를 위해 작곡된 3곡의 협주곡 (K·488, 491, 503) 의 첫 작품이다. 악기 편성에서 트럼펫, 팀파니가 빠지고 오보에 대신 클라리넷이 사용되어 한결 유연하고 전아한 분위기가 감돈다. 맑은 제1, 3악장 사이의 제2악장 아다지오는 모짜르트 단조 음악의 진수의 하나이다. 피아노의 비장미 넘친 주제에 이어 목관과 제1바이올린에 의한 응답 주제는 유연한 위안의 노래이다. 후반부에 현의 피치카토 아래 피아노의 느긋하게 끊어질듯 이어지는 선율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 ' 터키 앙카라 태생의 파질 세이가 모차르트에 도전했다. 국내 공연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그는 '94년 국제 오디션 영아티스트로 선정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그후로 많은 주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연주해 오고 있다. 그의 솔로의 의한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의 4손을 위한 편곡 연주는 여러 국제 어워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Fazil Say, Piano Zurich Chamber Orchestra Howard Griffiths, cond
 


출처 : 시나브로
글쓴이 : Simo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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