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저녁 잎사귀/한강, 오이도(烏耳島)/한강

청포도58 2016. 5. 27. 21:14



저녁 잎사귀/한강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밤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찾아온 것은 아침이었다


한 백 년쯤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내 몸이

커다람 항아리같이 깊어졌는데


혀와 입술을 기억해내고

나는 후회했다


알 것 같다


일어서면 다시 백 년쯤

별 곳을 걸어야 한다

거기 저녁 잎사귀


다른 빛으로 몸 뒤집는다 캄캄히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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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도(烏耳島)/한강



젊은 날은 다 거기에 있었네

조금씩 가라앉고 있던 목선 두 척,

이름붙일 수 없는 날들이 모두 밀려와

나를 쓸어안도록

버려두었네

그토록 오래 물었던 말들은 부표로 뜨고

시리게

물살은 빛나고

무수한 대답을 방죽으로 때려 안겨주던 파도,

너무 많은 사랑이라

읽을 수 없었네 내 안엔

너무 더운 핏줄들이었네 날들이여,

덧없이

날들이여

내 어리석은 날

캄캄한 날들은 다 거기 있었네

그곳으로 한데 흘러 춤추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