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바람의 말/마종기

청포도58 2015. 9. 23. 17:24

 

바람의 말/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리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되어 날아가버릴거야

 

꽃잎되어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