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그리운 악마/이수익

청포도58 2015. 4. 17. 14:57

 

그리운 악마/이수익

 

숨겨 둔 정부(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몰래 나 홀로 찾아 드는

외진 골목길 끝 그 집

불 밝은 창문

그리고 우리 둘 사이

숨막히는 암호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눈치 못 챌

비밀 사랑

둘만이 나눠 마시는 죄의 달디단

축배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뒨다면!

찾아가는 발길의 고통스런 기쁨이

만나면 곧 헤어져야 할 아픔으로

끝내 우리

침묵해야 할 지라도

숨겨 둔 정부 하나

있으면 좋겠다

머언 기다림이 하루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

그 악마 같은 여자